카페알바가 쓰는 에세이

카페 알바가 생각하는 머그컵 사용 효과

정 재한 2018. 12. 19. 11:33

요즘은 정말 아차! 하면 1년이 지나가있다. 나이먹는 증거인가 ㅋㅋㅋㅋㅋ
6월말부터 주말알바를 시작해서 이제 거의 6개월동안 카페알바를 하고있다. 예전에 카페에서 알바했을때(시급 5200원이던 시절)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을 꼽으라면, 아마 매장내 머그컵 사용인 것 같다.


내가 일하는 카페는 아예 일찌감치 7월부터 머그컵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여름에 썼던 유리컵대신 이제 따뜻한 머그컵을 사용하고 있으니... 꼭 6개월 정도 지난것 같다.
그래서 눈 내린 기념으로 ㅋㅋㅋㅋ 카페 알바가 생각하는 매장 내 다회용 컵 사용 캠페인에 대해 이야기해보려고 한다.

1. 고객 반응
일단 우리 카페는 손님들이 정말 잘 도와주셨다. 대부분 테이크아웃해가는 곳이라 지레 겁먹었는데, 괜찮았다.
가끔 음료를 남겨서 테이크아웃잔에 바꿔가시는 손님도 있다. 개인적으로는 저어엉말 바쁠때 아니면 개의치 않는 편이다. 오히려 잠깐 있을건데 컵을 바꾸는 번거로움을 감수해주셨다는 것에 대해서 동지애를 느낀다ㅋㅋㅋㅋㅋ 물건을 사면서도 자꾸 뭘 요구하는건 손님에게도 부담스러운 일이다.

제일 걱정되었던 부분은 잠깐 있을 손님한테도 나가라고 해야한다고 하는게....ㅠㅠㅠㅠ
솔직히 이 부분은 손님 양심에 맡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잠깐 있다가 나갈건데요 테이크아웃컵에 주세요'의 잠깐은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2분만에 나가는 사람도 있고 2시간 앉아있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대체로 이 매장에서는 그런사람이 없다. 진짜 오래있으면 30분??
원래 그정도 되면 가서 조심스럽게 "매장에서는 일회용컵 사용할수가 없어서요... 괜찮으시면 머그컵으로 바꿔드릴까요?" 한다.
그럼 어머어머!!! 저희가 깜빡했어요! 하고 나가는 분이 9할이다. 
감사해여.... 엄청 고민했어여...

근데 솔직히 요즘엔 그냥 놔둔다.. 특히 마감시간이면 ㅠㅠㅠㅠㅠ 밖이 너무 춥다! 어떻게 이 날씨에 잠깐 버스 기다리신다는데 나가라 그럼?


2. 설거지옥
ㅋㅋㅋㅋ예전엔 만들어서 탁탁 내놓기만 하면 됐는데 솔직히 요즘은 설거지옥이다. 나는 작은 카페에서 일하니까 사용한 머그컵이 덜 쌓이는데... 대신 설거지할 사람도 나 혼자다. 그래서 혹시 설거지가 밀려 컵이 모자랄까봐 두컵만 나와도 허겁지겁 설거지... 퐁퐁이랑 물을 더 쓰는 느낌이다. 카페에서는 프라푸치노처럼 블랜더를 쓰는 일이 잦은데, 보통 두세개를 구비해놓고 쓴다. 블랜더 비싸다.

그런데 만약 종류가 다른 프라푸치노가 4개들어오면, 심지어 연속으로 들어오면 계속 설거지를 해서 새 음료를 만들어나가야한다. 근데 이럴때 개수대에 머그컵 잔뜩이면 정말...... 고진감래다.


갈래 집에.


하지만 확실히 플라스틱 사용은 줄었다. 가게에 먹고 나간 컵을 쌓으면 가득이었는데 지금은 하루에 두세개정도 나올까....(매장에서 드신댔는데 내가 잘못만들거나, 주문이 잘못되거나...)

이렇게 몇년이면 티끌만한 노력이라도 확실히 환경에 도움은 되지않을까 싶다.



3. 손님들의 tmi 득템(feat. 귀욤)

거의 단골만 오는데다가 6개월정도 캠페인에 대해서 입이 아프게 설명했으니, 이젠 주문하시면서 말해주신다.
아이스아메리카노 벤티 테이크아웃이요~

보통, 매번 드시고가시는 분들은 드시고가고 테이크아웃 하는 분들은 테이크아웃만 한다.
그런데 가끔은 아니기도 하다.

"(오늘도)드시고 가시죠?"
라는 물음에 손님들의 tmi 가 쏟아진다♡

"아! 오늘은 친구만났다가 병원갈거라서요! 테이크 아웃이요"
"저 여기에 여기 뒤에 차가 기다리고 있어서요. 오늘 남편이랑 와가지고.."
"아니에요! 가면서 먹을거예요! 지금 학원가는 중인데! 가는동안 먹을라고요!"
....
다들 너무 귀여웡....♡

오늘은 테이크 아웃이요~
가 아니라 열심히 설명해주신다. 그럼 왠지 나도 관련없는데 엄청 열심히 듣고있음.


내 손목과 건조한 손과 맞바꾸긴 했지만, 그래도 확실히 플라스틱은 덜 쓰는것 같아 좋다. 나는 밖에서도 커피를 많이먹는 편인데, 이젠 그냥... 그란데 사이즈 텀블러사서 들고다니면서 그란데만 시킨다. 그래야 먹다가 내키면 나갈수 있기도 하고, 테이크아웃컵도 좀 덜쓸테니까.....


1년 일하기로 약속했으니 내년 여름에는 내가 이 곳에 없겠지만... 여름이 걱정이긴하다. 설거지옥!! 카페 알바생 다들 화이팅!!!!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