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2월 10일.. 휴무라고 신나게 사진전시회를 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우리집은 지하철 종점(종착역)인데
하차하기 직전 주머니에서 미적미적 뭘 꺼내는 사이에 출입문 닫혀버림...
매일 출퇴근하면서 타는 지하철인데 이런경우는 또 처음 ㅋㅋㅋㅋㅋ
내 바로 앞에 내린 사람도 당황한 눈빛으로 뒤를 돌아봤다.
어머... 하면서 사라진 그분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나도 어머....하면서 뒤돌아봄.
텅텅 빈 지하철ㅋㅋㅋㅋ
신기함. 일단 찍는다.
자세히 보니 같은 칸에 백팩을 끌어안고 잠든 한명의 승객이 더 있었다.
일어나면 놀라시겠구만 하면서 황망하게 서있는데 지하철이 덜컹덜컹 움직이기 시작했다.
보통 승객이 내릴때쯤 객실에 불도 끄고 그런다음 종점을 지나 어딘가로 출발하던데
내가 탄 이 지하철은 걍 상남자였다.
추쿠추쿠추쿠 하면서 껌껌한 터널을 달려갔음.
창밖을 찍으면 요런 풍경이 계속된다. 한 3분을 달렸나.
한 정거장정도 되는 거리를 달린 지하철은 금방 멈췄다.
그리고 2분쯤 지났나, 앞쪽 칸에서 인기척이 나기 시작했다.
미화원 선생님이셨다.
내가 앉았던 곳은 8-1, 거의 맨끝칸이었는데 폭풍같은 빗자루질로 2분만에 여덟번째칸까지 침투하신것 같았음.
얼른 달려가서 "저 종점에서 못내렸는데 어떻게 해야하나요?" 물어봤다.
"괜찮아요."
빗자루질을 하시는 와중에도 친절하게 답해주심.
"그냥 앉아있으면 거꾸로 다시 가요. 아! 근데 반대편에 내려줌 ㅇㅇ"
자발적 질문따위를 모르는 주입식교육의 산증인인 나는 그냥 앉아서 가만히 기다리..지않고 지하철 칸 한가운데서 사진많이 찍고 다른칸으로 이동해서 큰소리로 전화통해도 해봄. 힣
일탈이다일탈
다른칸에 놀러다녀왔더니 백팩아저씨가 깨어나서 지하철 손잡이를 잡고 어리벙벙한 얼굴로 서있었다.
손잡이는... 왜잡으시는 거예요...?
라고 묻고싶었지만ㅋㅋㅋㅋ
저도 못내렸어요. 곧 종점으로 다시 돌아가니까 기다리래용.
하고 얌전히 앉았다.
미화원선생님이 지나가시자 곧바로 그 뒤를 따라 기관사(?)님으로 추정되는 남자분이 박력있게 등장해 겁나빠르게 지나가심.
꼬리칸에 앉은 나는 마치 설국열차처럼 다음에 저 문으로 누가 등장할지 설레며 무기대신 폰을 꼭쥐고 좋아하고있었다.
(참고로 와이파이는 계속 잘 터집니다)
그리고 3분후 ㅋㅋㅋㅋ 다시 종착지로 돌아와있음.
물논 방향은 반대방향이다.
지하철이 어디서 쉬다가 유턴이라도 해서 오는 줄 알았는데,
회차지에서 간단한 청소만 하고 바로 다시 돌아온다.
(막차의 경우는 차고지로 가지않을까 싶다)
꼬리칸 머리칸 다 머리가 될 수 있어섴ㅋㅋ 유턴도 하지않고 곧바로 다시 돌아간다.
반대편 플랫폼으로 가기위해 중간에 선로만 변경하는 듯.
기관사님은 바뀌시는건지 아님 첫째칸에서 마지막칸으로 다다다다 뛰어가셔서 다시 운행하는건지는 모르겠다.
반대편플랫폼에 도착하면 거기가 곧 이 노선의 출발역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어리둥절한 시선을 받을 수 있다.
무튼 내리면서 문에 낑길뻔하고 심지어 못내려서 잠시 퐝당했으나, 회차지 찍고 바로 돌아오는 걸 보니 운행스케쥴이 굉장히 빡빡한 것 같다.
(그래도 문닫기전에 2초만 더 기다려주세요ㅠㅠㅠ 종점에는 사람이 많단 말이예여)
ㅋㅋㅋ지금도 지하철 안에서 이 글을 쓰고 있는데, 오늘도 모두를 안전하게 출근시켜주시는 기관사님이나 미화원선생님, 역무원분들께 감사합니다♡
혹시 아시는 분은 댓글 달아주세요ㅋㅋㅋ
이 글을 검색해서 들어온다면 물론 선생님께서도 종점을 지나서 패닉상태신 분이시겠지만..
그래도 새로이 뭔가 알게되신다면 남겨주세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