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자랐기도 하고, 최근에 식목일 전후해서 꽃키우는 취미도 생겼고 해서 갑자기 자격증을 하나 따고싶었다.
지금 하는일이랑은 전혀 관련이 없지만 기능사정도라면 취미로 하나 딸만하지않을까 해서 '유기농업기능사'를 보기로 함.
필기시험을 신청하고 까맣게 잊고있다가 5일전에 떠올랐다.
퇴근하면서 부랴부랴 책을 사고, 그리고 다시 기억삭제...
사실 하기싫어서 억지로 까먹었음. 변명을 하자면 시험직전 며칠동안 너무 신경쓸 일이 많았다.
사실 시험신청전에 검색해본 바로는 열심히 하면 3일에도 취득가능하다는 말이 있어서 그냥 맹목적으로 시험을 외면한 것도 있는듯.
무튼 이리저리 일 치닥거리를 하면서 3일전부터 퇴근 후 책을 들고 카페에 가서 공부를 시도해봤다.
그러나 현실은 그냥 커피마시고 집에옴...
왜냐하면 ㅋㅋㅋㅋㅋ
일단 내가 산 책은 이거였다.
'2020 쉽고 빠르게 5일 완성 유기농업기능사'
결론부터 말하자면 하루만에 날 합격시켜주었으니, 매우 훌륭한 책이다.
하지만 37페이지까지는 겁나 슬픈 책이다.
시작부터 37페이지까지는 요약본임. 농업 용어에 대해서(개토, 관개, 담수, 화성 등....) 잘 몰랐던 나로써는 요약본을 다 보는게 정말 힘겨운 시간이었다.
시간이 얼마 안남았으니 최대한 그냥 단순하게 외우면서 넘어가보려했지만 도저히 그럴수가 없었다.
백과사전에 용어 하나하나를 찾아보며 하루에 한장씩 겨우 읽었음.
그래서 시험 직전날 퇴근 후에 책을 봤을때 나의 진도는 겨우 요약 두장이었던것이다.....
일단 1분1초가 급한상태에서 이 포스팅을 보게되신 분들을 위한 급할때 그나마 쓸수있는 팁을 먼저 드리자면.
1. 요약말고 기출문제 먼저 볼 것.
2. 문제를 풀지말고 형광펜으로 답만 체크해놓은 뒤 해설지와 함께 볼 것.
3. 해설은 과감하게 뜯어서 문제집 옆에 놓고 봐야 시간을 애낄 수 있읍니다.
4. 끝까지 다봤다면 기출을 처음부터(지문까지) 다시한번 잘 읽어본다.
5. 영 아리송한 채로 기도하며 시험장에 들어간다.
이건 내가 너무 졸리고 하기싫어서 책상위에 나를 앉히기 위한 유인책으로 에어프라이어에 돌린 감자튀김임.
이게 될까 했는데 뜨끈하게 김나는 웨지감자에 짭잘한 소금 솔솔뿌리고 케찹에 콕 찍어먹으니 자고싶은 마음이 싹 사라짐.
입에 털어넣을때마다 환상의 맛! 역시 야식이 최고시다.
돼지적 마인드가 이런때 도움이 된다.
ㅋㅋㅋㅋ저 시간이 이미 새벽 두시인가 그랬는데 사진을 보면 아직도 요약 부분을 읽고있는 것을 볼 수 있음.
시험은 14시였다. 밤새도 10시간 남은상태 ㅋㅋㅋㅋ
두번째 과목까지는 정말 무슨얘긴지를 하나도 모르겠어서 어거지로 꾸역꾸역 요약본을 봤다.
그러다가 세번째 과목이 되니까 대략 뭔말인지 이해가 가기시작함. 그래서 마지막 7페이지정도는 과감하게 건너뛰고 기출문제로 바로 들어갔다.
그리고서 한회분을 풀고 채점. 당연히 반도 모름.
오답까지 확인한다음 너무 졸려서 2시간가량 잤다.
일어나니 해가뜨기시작.
마음이 매우 다급해졌다. 일단 몽롱한 정신에 핫식스를 때려붓고 급하게 정답을 형광펜으로 체크한다음 답안지를 좍 뜯어서 옆에 놓고 달달달달 읽기시작.
뭔가 급해서 극도로 심플해진 책의 상태 ㅋㅋㅋㅋㅋㅋ
다시는 이렇게 공부하지 말아야지... 후기 쓰면서도 현타가 온다.
그래도 이 방법의 좋은 점은, 빈출 문제를 저절로 감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빠른시간안에 한꺼번에 많은양의 기출문제를 보고, 게다가 머리가 텅텅빈 상태로 보다보니, 그게 그거인것 같은 문제들 사이에서 방금전 봤던 문제가 뭔지 또렷이 기억남.
아까 이거 나오더니 또나오네, 이것도. 이런식임.
어차피 문제은행식이라서 모조리 빈출만 나오는 건 아닌것 같다.
지엽적인 문제도 랜덤으로 그대로 출제되는 시험인듯 하니 빈출문제에 체크를 할 필요는 없을것 같지만, 그래도 단기간에 중요개념을 여러번 보게된다. 핵이득.
무튼 점수는 70점 후반이었다.
바로 결과가 나와서 좋았고,
컴퓨터로 하다보니 수험자는 편했지만, 유의사항이 많았다. 매 타임 반복해서 이야기하셔야 할 직원들.... 목아파보였다.
그래도 친절하게 컴퓨터를 잘 다루지못하시는 분들을 가르쳐주셨다.
그렇게 고생해주시는 덕분에 남녀노소 모두 이런 시험에 응시하고, 자기계발을 할 수 있는 것이겠지용.
감사합니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는 3일정도 시간을 잡고 요렇게 기출먼저 한번 읽고, 요약본을 공부한다음, 다시 기출을 직접 '풀어'보면 완벽하게 시험대비가 될거라고 생각한다.
책의 커리큘럼대로 5일이면 정말 베스트고, 기본서가 따로 있다고 하니, 시간을 더 길게잡고 기본서부터 공부하면 정말 더 좋을 것 같다.
내가 한건 절대로 옳은 방법이 아니다. 잘못하면 책 18,000원+수험비 18,000원 도합 3~4만원을 날릴 수 있는 방법이다.
불안하고 심리적으로도 압박받고, 자꾸 포기하고싶어지는 아주 안좋은 방법ㅋㅋㅋㅋ
하지만 굳이 이런 부끄러운 후기를 남기는 이유는 ㅋㅋㅋㅋㅋㅋ
하루전이라도 '포기하지는 말자'라고 말하고 싶어서다.
일단 돈을 냈지않은가.
운과 컨디션에 따라서 한달하고도 못 붙을수도 있고, 하루하고도 붙을지 모르는게 시험이니 일단 모두 화이팅 하셨으면 좋겠다.
나는 비록 시험에 나오는 지식을 전부 다 습득하지는 못했지만, 겨우 합격한 덕에 기분좋게 다시한번 책을 뒤적거리며 모자란 상식을 채우고 있다.
덕분에 나는 건강하게 작물을 키우는 방법에 계속 호기심을 갖고 공부해볼 수 있게 되었음.
실기는 떨어질지 붙을지 모르지만 여튼 실기준비는 완벽히 해야겠다.
필기시험 유효기간이 2년이라 하니, 그 전에 까먹지 않고 꼭 실기시험 합격후기도 들고올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