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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기생충>, 내맘대로 세 가지 해석 키워드

개봉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영화 기생충, 내 딴에는 매우 빠르게 시간을 내서 보러 다녀왔다.
기대했던만큼 재미있었지만, 재관람을 하고싶지는 않은 영화다.

보는 내내 가슴졸이며 쿵쾅쿵쾅 불안해해서 스트레스를 받았기때문이다. 숨어살면서 식량한번 구하러 나오려면 목숨을 걸어야하는 기생충이 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다. 한마디로 몰입도 최강.
 

기생충. 말그대로 기생하는 벌레다. 

"상징적이네...."
"상징적인 공간이예요."
라는 대사가 많이 나오지만 이 영화에서 수석 말고는 딱히 무엇이 무엇을 상징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영화의 모든 장면에 다 상징이라는 말을 갖다붙이고 싶어하던 대학시절 교수님이 생각났을뿐...
내가 영알못이라 그런것도 있겠지만,
그냥 대부분의 장면이 직관적인 블랙코미디로 느껴졌다.

 아래에 정리한 세가지 아이템이 영화내내 계속 언급되고 보여지기 때문에, 특히나 더 그렇게 느껴진 것 같다.

1. 물
김씨네 가족의 반지하방에 물이 찼을때, 물에 잠식당하는 것 같은 앵글이 나온다.
영화 <김씨 표류기>에서 삶의 무게를 버티지못하고 자살을 시도하는 주인공이 한강으로 걸어들어갔을때 이런 앵글이 나왔다.

보기만해도 숨을 헐떡이게 되는 답답함. 마치 익사하는 것 같은 공포감이다.
기생충에서 물은 김씨가족에게 시련이자 고통의 시간이다.
사실 물벼락의 시작은 영화의 처음부터 존재했다.
반지하 밖 취객의 오줌세례, 그리고 아들이 뿌린 생수병의 물, 아버지가 들고나간 양동이속의 물.
집을 가득채운 물, 변기에서 넘쳐흐르는 물, 주인집에서 도망나오는 길을 더 비참하게 만드는 폭우까지,
그들에게 물은 온통 고통이다.

하지만 가진 자에게 물은 공포나 고통이 아니다.

아들이 처음 박사장님네 집을 방문하던 날, 집 마당에는 적당한 양의 물이 스프링클러를 통해 시원하게 흩뿌려지고있었다.
캠핑중에 폭우가 내리면 텐트를 접고 안락한 집으로 돌아오면 된다.

잘 관리된 집마당으로 떨어지는 폭우란 아들의 텐트놀이를 더 재밌게 만들어주는 요소일뿐.
김씨네 가족을 수재민신세로 만든 물폭탄도 박사장네에겐 미세먼지를 씻어주는 상쾌한 존재다.

영화중반, 아들은 집으로 뛰어가는 계단에 서서 자기 발을 가만히 내려다본다.
발이 아니라 자신의 발을 지나쳐서 아래로, 아래로 흐르는 물을 가만히 지켜본다.
그렇다. 물은 낮은 곳으로 흐른다.
점점 더 낮은 곳으로 흘러서 안그래도 숨쉬기 버거운 자들을 질식시킨다.

그래서 아들은 결국 낮은곳을 벗어나 지상으로 올라갈 미래를 꿈꾼다.

2. 벌레

벌레도 영화 내내 등장하는 아이템이다. 맨 처음, 송강호가 손가락으로 탁자 위 곱등이를 틱 튕겨버리는 장면이 나온다.
곱등이가 등장하자마자 상영관에 윽! 하는 작은 소리들이 터져나왔다.

김씨역 시 동네 소독 방역 때 창문을 닫지않고 집 안 벌레들을 퇴치해보려고 한다.

그러나 그 연기가 고통스러운건 벌레뿐만이 아니다. 김씨 가족도 마찬가지. 콜록거리며 방역당하는 꼴이 집안에 기생하는 곱등이와 별 다를 것 없는 존재다.

 이 영화에서 서민 김씨의 삶은 상징이란 단어를 갖다붙일 필요도 없이 기생충 그 자체다. 박사장네 집에 기생하는 기생충.

 사실 무단으로 하룻밤 집을 점유했다는 것만 제외하면 이 기생충들은 숙주에게 딱히 해를 입히는 존재는 아니다. 완벽한 코너링을 선보이는 운전기사이자, 복숭아 알러지도 없고 8분만에 처음만들어보는 한우 짜파구리를 대령할 수 있는 가사도우미다.

딸 역시 천방지축 다송이를 배꼽인사하게 만드는 미술선생님이며 포토샵정도는 뚝딱 다룬다. 그야말로 능력 출중한 인재들이다. 그것을 꽃피울만한 기회를 만나지 못했을뿐.
그런 이들을 보면서 우리가 마냥 깔깔대며 벌레같고 한심한 가족이라고 이야기 할 수 있을까.

 네 식구가 전원 백수라는 극단적인 묘사긴 하지만, 사실 자녀 둘은 입시준비중이며 가장은 한시적 휴직 상태다. 이런 일은 일반적인 가정에서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기생충. 숙주의 인생에 기생해서 사는 벌레.
 예능 무한도전에서 타임머신 특집을 했을때 한 시민의 인터뷰가 기억에 남는다.

계급이 뭐요? 노비요.
ㅋㅋㅋㅋㅋ 생각지도 못했다. 회사에 다니면서 조선시대였다면 내 계급이 뭐였을까 상상해본 적이 없다.
그런데 다시생각해보니 노예가 맞다.

대부분의 서민은 행운에 간택당하기만을 기다리는 취준생 혹은 직장인이고, 기업이라는 배에 올라타서 하루벌어 하루먹고살기위해 바둥대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가리켜 '벌레'라고 한다면 그 코미디에 웃을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우리는 또 그 영화를 보고 깔깔 웃고있으니 정말 블랙 코미디다.

사실 이 영화에 나오는 또하나의 벌레는 지하실에서 4년을 살던 아저씨다.
네발로 걸어 지상으로 올라오는 기괴한 움직임은 바퀴벌레와 비슷하다.

그의 지하 방 책꽂이에는 [헌법 개론]이 꽂혀있었다. 쫓겨다니는 신세니 시험 준비를 한건 아닌것 같고, 아마 숨어있는 시간이 무료하다보니 한권, 두권 갖고와서 읽었나보다.

그런데 헌법 하면 가장 먼저 무엇이 떠오를까. 법알못인 나는 인간존엄성과 행복 추구권에 대해 가장 많이 들어봤다.
지하실 아저씨는 성욕, 식욕등을 제대로 충족시키지 못한채로 겨우 살아간다. 지하에서 나올 계획도 없다. 사채업자에게 빚을 갚을 계획도, 포기할줄 모르는 사체업자를 따돌릴 재간도 없다.
그냥 버티고 버틸 뿐이다.
인간다움과 존엄성을 포기하고 지하실의 기생충으로 퇴화한 남자다.

김씨네 가족이 박사장네 집을 잠시 차지하고 낄낄거리면서 서로를 바퀴벌레에 비유한다. 여기 불이라도 켜지면 바퀴벌레처럼 샤샤샥 구석으로 숨어버릴거라고.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캠핑을 접고 돌아온 박사장네 때문에 김씨가족은 거실 테이블 빝으로 숨어든다.
정말 바퀴벌레처럼 샤샤샥 사라져버린다.
그리고 그들가족에게서 느껴지는 불안감과 쫄림. 그리고 참담함.
관객은 그야말로 기생충의 마음을 느껴볼수 있다.


3. 계획
내년에 연세대에 들어갈 계획이라는 최우식에게 송강호는
"아들아, 너한테는 계획이 있구나?!"
라고 감탄하듯 말한다.
온가족이 궁지에 몰렸을때는
"아빠가 다 계획이 있으니까." 라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아빠가 세운 계획의 정체는 무계획이었다.
그를 이토록 무책임하고 무계획적으로 만든 건 무엇일까.

계획을 세워도 뜻대로 흘러가지 않았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김씨는 수재민들이 모인 체육관에서 '이 많은 사람들이 한날 한시에 여기서 이러고 있을 줄 예상했겠냐'며 계획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말한다.

김씨가 무력하게 나올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주인집 부부의 은밀한 행위를 자식들과 함께 들어야하는 장면도 그랬다. 너무 수치스럽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행동도 할 수 없다는 것에 이루말할 수 없는 무력감이 들었다.

 숙주의 운명을 따라가는 기생충에게 계획은 쓸모없는 물건이다.
숙주가 죽으면 함께 죽고, 숙주가 번영하면 따라서 번영한다. 만약 기생충에게 계획이라는게 쓸모있어지는 유일한 순간이 있다면, 그건 기생충이 숙주를 벗어나 대등한 숙주가 되었을 때 뿐일것이다.
 
과연 지하방 기생충을 벗어나 숙주가 되고싶은 아들의 계획은 이루어질 수 있을까.

(사진출처 : 인터뷰365)


          -주관적인 감상후기-
 
여러모로 <하녀>가 생각나는 영화다. 나에겐 19금 이상의 충격과 불편함을 안겼던 영화였다.
등장인물인 주인과 하녀들은, 모두  안과 겉의 다른 모습을 갖고 있었다.

양면적인, 소위 그런 '척'하는 모습이 굉장히 불편하기도 했고, 끝이 씁쓸하고 허무하기도 했고. 그래도 기생충이 하녀보다는 좀 더 희망적인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ㅋㅋㅋㅋ 코미디가 가미되어있어서 그런것 같기도하다.

그러나... 지금 연관검색어를 보면  '시계방향'이 뜬다. 주제와 상관없이 자극적인 부분이 가장 먼저 회자되는 건 두 영화의 공통점이기도 하네...

좀 뜬금없긴 한데... 궁금한 점이 있다.
혹시 정답을 아시는 분이 이 글을 보고있다면 꼭 댓글을 달아주셨으면 좋겠다.
마지막 재판장면에서 엄마와 아들이 판결을받을때,
문서위조랑 가택침입죄로 집행유예를 받았다.

그런데 왜 가택 침입죄인지 모르겠다.
그 둘은 가족구성원들에 의해 파티에 초대받은 사람이었는데...
박사장네가 캠핑갔을때 무단으로 집에 처들어와 논 적은 있지만, 영화에도 나오듯이 그 일은 지하실부부와 김씨네 가족밖에 모르는 일이다.
 
지하실 부부는 그 사건에 대한 것은 입도 뻥긋 못한채 죽었는데 어떻게 가택침입죄가 적용되는건지 궁금하다. 뭘 놓쳤을까ㅠㅠㅠ 재관람을 해야 될 지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