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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완벽한 타인] 줄거리, 결말 해석, 후기, 추천


생각보다 너무 재밌게 봤다.
심지어 멈춰가면서 봄.
영화관에서 봤으면 오히려 아쉬울뻔했다.
개인적으로는 내 인생관이랑 굉장히 비슷해서 감명깊었고,
그게 아니더라도 훌륭한 영화이니 무조건 보라고 권하고싶다.
그리고 기왕이면 타인 없이 '혼자'보기를 바란다.
 

1984년 속초, 다섯명의 꼬마가 영랑호에서 낚시를 하고있다.
투닥투닥 싸우며 붕어를 잡고 모닥불을 피우고 월식도 구경한다.
'달이 가려지며 붉은 빛이 드리우면 저주가 퍼진다던데?'
라며 영랑호가 바다냐, 호수냐를 놓고 싸우던 친구들.
사실 영랑호는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곳. 

고준모(이서진)의 대사처럼 영랑호는

 "우럭잡는 놈한테는 바다, 붕어잡는 놈한테는 호수인 셈이다".

이'영랑호'가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 정말 큰 떡밥이라고 생각한다.

타인이란 영랑호같은 거다.
내가 A에게서 자상한 면을 본다면 그 사람은 믿을만한 사람이고,
A에게서 만약 소심한 면을 봤다면 그는 나한테 믿음직하지 못한 사람이 될거다.


가장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들이 어떻게 완벽한 타인이 되는지,
한번 줄거리를 훑어보자.

34년후, 다섯명의 꼬마들은 장성한 남자가 되었다.

어렸을때처럼 월식이 있는날, 다섯남자는 부인혹은 애인과 함께 한 친구의 집들이를 위해 모인다. 


먼저 등장인물 소개!

가부장적인 변호사 강태수(유해진)  문학감성 충만한 전업주부 수현(염정아)


예비신부의 도움으로 레스토랑을 연 강준모(이서진)  수의사인 세경(송하윤) 


가슴전문 성형외과 의사인 정석호 ♡ 정신과 의사인 아내 예진


교직에 있다가 잠시 일을 쉬고있는 영배(윤경호) ♡ 정체불명의 애인 민서

다섯 꼬마들중 오늘 오지않은 한명,
기획사 사장 순대는 21살짜리 가수지망생이랑 바람을 피고 이혼당했다.

순대는 문자 하나로 바람피우는데 덜미를 잡혔다고.

 휴대폰에 정말 모든게 들어있다며 인생의 블랙박스랑 같다는 얘기로 점점 흘러간다.

"아마 여기도 폰 보자면 못보여주는 사람많을걸?"

결국 모두의 스마트폰이 식탁위로 올라온다.



결말(모두의 비밀)-

1. 강남에 병원을 열기위해 선분양받았다는 석호는 사실 사기를 당한 상태.

 사기꾼들의 사업에 병원건물과 집을 담보로 대출한 돈을 투자했다.
그래서 정신과 전문의 아내를 놔두고 몰래 심리상담을 6개월이나 받고있다.

아내 예진은 남편친구인 강준모와 바람피는 중이다.

 

2. 태수는 키티잠옷을 즐겨입는 12살 연상을 만난다. 누나같은 따스함이 있대....

엄청 더러운 불륜이라고 하기는 어렵고, 텔레그램으로 사진을 받아보는 일탈정도인듯. 

  
3. 영배는 사실 게이다. 친구들중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른다. 

아무도 본적없는 그의 애인 민서는 사실 '민수'라는 남자다.

태수는 자신의 불륜을 숨기기위해 자신과 같은 기종의 폰을 쓰는 영배와 폰을 바꾼다. 

(이때만해도 영배가 게이라는 사실을 몰랐다)


그러나 폰을 바꾸고 키티양과 민수에게서 각각 연락이 오면서 서로의 처지가 바뀌게된다.
남들이 보기엔 태수(유해진)가 게이, 영배(윤경호)가 바람둥이가 된 것.



영배는 본인은 모르지만 골프칠때만큼은 왕따다. 

같은 친구들이지만 준모(이서진)는 영배를 은연중에 무시한다. 

아마 자신과 비슷한 단점(한가지 일을 오래 못한다)을 가지고있어서

 자신을 보는것처럼 거슬리거나 단순히 만만해서인듯 


영배는 사실 게이라서 이혼당했고, 학교도 잘린 것. 



4. 태수 아내인 수현은 겉으로는 좋은 아내, 순종적인 며느리, 좋은 친구다.
하지만 속내로는 함께사는 시어머니를 실버타운으로 보내려하며

(실버타운에서 문자가 와서 들킨다),

 절친한 예진을 재수없어 하고있다.

SNS에 소설을 연재한다. 

자신처럼 애 셋있는 여자가 20대 남자와 뜨거운 사랑을 하는 글이다. 

정숙해보이던 수현의 모습과는 딴판인 진실. 

심지어 게임중에 팬이 문자를 한다. 오늘은 무슨 속옷을 입었냐고.

 전화해서 확인해본 결과 불륜은 아니고, 그는 정말 그 소설의 팬이었다.
수연과는 만난적도, 이야기한적도 없었다.

하지만 쪽지와 문자로 수현의 남편이 가부장적이며 

예쁜옷한번 못입게한다는 등의 이야기를 알고있었으니,

 남편 입장에서는 부적절하다고 느꼈을수도 있다.



5. 사실 준모(이서진)은 예진뿐 아니라 자기 레스토랑 매니저와도 불륜이다.
매니저는 심지어 아이를 가졌다. 

게임중에 전화가와 이 사실을 세경(송하윤)까지 알게된다.


결국 모두가 상처를 받은채 자리를 떠나고,
이제 서로에게 비밀을 들키지 않은 사람은 둘뿐이다.
비밀이 만들어낸 파국을 목격한 집주인들.
과연 이들은 끝까지 입을 다물까 궁금했는데...
결말은 완전히 반전이었다. 

식탁위에 약혼녀가 두고간 반지가 핑그르를르 계속 돌고있다.

이거슨.... 이거슨 인셉션???????
설마했는데 새로운 결말이 펼쳐진다.
실제로는 예진이 제안한 핸드폰내용을 공유하자는 게임은 실행되지 않았다. 
석호(조진웅)이 싫다고 했기 때문.

덕분에 사람들은 웃으면서 집들이를 끝낸다.
각자 마음속에 사소하거나 엄청난 비밀을 하나씩 품은채로 행복하게 집으로 돌아간다. 

인터뷰를 찾아보니 인셉션의 오마주가 맞다고 한다.


다만 인셉션은 결말이 확실하지만, 이 영화는 완전히 열린 결말인듯하다. 


감독은 게임을 해서 모든 비밀이 까발려진 게 현실이라고 말했고, 

시나리오작가는 결국 게임을 하지 않았다는 전제하에 시나리오를 썼다고 했으니.


관객들도 원하는 대로 받아들이면 될듯하다.  




감상 후기


기빨리고 불쾌한 영화다. 근데 재밌다. 다들 한번쯤 봤으면 좋겠닼ㅋㅋㅋㅋ

난 비밀 없는 사이라는걸 안믿는다.

의리! 의리! 하면서 모든걸 다 함께해야하고, 모든걸 다 공유해야하고...
그건 우정이 아니라 고문이다.

내 혈육이랑도 모든 걸 시시콜콜 다 나누지는 않는다.
못미더워서가 아니라, 보이지 않아도 믿어서다. 

그리고 만약 내가 생각한 믿음직한 사람이 아니었더래도 어쩔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람이 원래 그런거지.
나도 남의 눈에 비치기에 좋은 사람일수도, 

실망스러운 사람일수도 있을테니.


모든 걸 다 나눈다고 해서 오해가 생기지 않는건 아니다. 

의심은 아무리 정직하게 굴어도 아무 굴뚝에서나 랜덤으로 피어오르더라. 

서로에게 비밀이 있을 수 있다는걸 감안하고, 

내가 아는 게 그 사람의 100퍼센트가 아닐거라는 걸 인정해야한다.

'모두가 다르다는걸 인정하는데서 인간관계가 시작된다'는 대사가 나온다.

나와 다른것도 문제지만,
내가 생각한 것과 똑같은 사람은 없다는 걸 아는것도 중요하다.

"사람의 본성은 월식같아서 잠깐은 가려져도 금방 드러나게 돼있어"라는 대사도 기억에 남는다.

게이인 영배는 민수를 일부러 데려오지않았다고 말한다.
앞에선 잘해줬겠지. 하지만 그게 너희의 진심은 아닐거라며 

사랑하는 사람을 너희의 눈빛에 상처받게 하고싶지 않았다고...

나중에 흑화한 세경이 또각또각 걸어나가면서 영배에게 말한다.

"이사람들한테 민수오빠 소개 안한거, 정말 잘한거예요. 민수오빠 잘 지켜주세요."


몇년전에 결혼식에 갔다가 엄청 충격을 받았다.
 집안형편이 안좋아서 결혼식 음식이 이러니저러니.
신부가 셀프로 헤어 메이크업을 했다는데 역시 좀 그렇다느니.
남자는 전에 누구를 사귀었었다느니.

무슨 막장드라마를 보고있는줄 알았다.
다들 진심으로 그 둘을 축복하고 있긴했다.
하지만 동시에 꼬투리를 잡고있더라.

ㅋㅋㅋㅋㅋ나도 평소에는 말이 엄청나게 많다. 

나 하나 우습게 보이거나 망가져서 분위기 좋을수 있다면 별로 꺼리는 타입은 아니다.
어떤 상황이건 내 의견이나 감정을 드러내는데에 별로 두려움이 없었다.
근데 그 때 이후로는 중요한 상황에서는 극도로 말을 아끼게 된다. 

내가 걱정한답시고 하는말이, 

아니면 그 말과 다른 내 눈빛이 비수가 될수도 있다.

얼마나 충격을 먹었던지 ㅋㅋㅋㅋ
결혼을 해도 결혼식은 하기 싫고,
어디 보여주기식으로 인사 다니는것도 싫다. 


그렇다고 모든게 완벽한 결혼식에서는 뒷말이 없냐고?

부모가 부자라서 이런 호텔에서 한다는 둥, 

정작 본인들 능력은 그저그렇다는 둥.,,

나도 처음결혼식 갔을때는 눈물까지 글썽글썽하면서 봤는데 

이제는 그런 얘기들이 들려오는것도 그냥 무던하다. 

행복을 나누면 질투가 되고,
슬픔을 나누면 약점이 된다.
라더니 정말 각박한 세상이 아닐수 없다.


게임을 하지 말자고 한 석호는 그 이유로

"완벽한 사람은 없고, 우린 너무 상처받기 쉬워. 잘 알던 사람이 낯설수 있거든."

이라고 말한다. 

모른채로 믿고 기다리면 돌아오는 것들이 있다.
반면에 아는게 나은 것도 있고...

태수네 비밀은 모르고 넘어가도 될 일들이었고,
준모네는 진짜... 무조건 터져야할 고름이었다.

게임을 끝까지 했다는 가정하에 태수네의 진짜 비밀은 이거였다.
태수는 음주운전한 후 사람을 쳐서 피고인 신분으로 재판중이었다.
그래서 아내가 운전을 하고 왔다.
그런데 사실은 음주운전사고는 아내가 낸것. 태수가 아내를 위해 희생한거였다.
물론 이 죄책감을 볼모잡혀 아내는 시어머니와 태수, 그리고 아이들에게 꼼짝 못하고 헌신하고 있긴하다.

태수의 아내가 블로그에 쓴 소설, 그 안에서 그녀와 뜨겁게 연애하는 그 20대 남자는

 사실 고시준비하던 태수의 젊을적 모습이었다.


여기있는 커플들 중에서 가장 사이가 안좋을것같은 커플을 고르라면, 

겉으로보기에는 군말할것 없이 태수(유해진)네 부부였다. 

사사건건 싸우고, 잔소리하고. 

하지만 막상 열어보니 다른 커플들이 빛좋은 개살구였다. 



만든사람이 천재가 아닌가 싶다.
사람들이 하나씩 품고있는 비밀을 이런식으로 연출할수가 있나 ㅋㅋㅋㅋㅋㅋ

이탈리아 영화 <퍼펙트 스트레인저스>가 원작이고, 

이건 2016년작이라고 하는데, 이것도 조만간 볼 것 같다. 


아직 2월이지만 올해 본 영화중에 최고다.

이 글의 첫머리에 혼자 이 영화를 봐야한다고 했는데,
그 이유는...
내가 잘 알고있는 사람들과 보면 끊임없이 그들의 반응을 확인하고 싶을것 같아서다. 
특히 애인이랑보면ㅋㅋㅋㅋㅋㅋㅋㅋㅋ
또 상대편도 같은 마음일테니,
내 표정을 보고 맘대로 오해하거나 상상하는 일이 없도록 신경써야할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누구나 세개의 삶을 산다.
공적인 하나, 개인적인 하나,
그리고 비밀의 하나. 
라고 엔딩에 나온다. 

이런 타인의 세가지 모습을 다 아느냐 모르느냐... 
둘중 어떤게 바람직하다고 고를수는 없을것 같다.
때에따라, 혹은 사람에따라 다르겠지.

여러모로 생각할게 많은 영화였다.
개인적으로 도덕책에서 "매사에 정직해야한다+매사에 착하고 상냥해야한다" 라는 두가지 명제를 한꺼번에 교육하는건 넌센스라고 본다.

매사에 정직하면 팩트폭격기가 될거다.
매사에 착하고 상냥한 사람이 어딨나 그건 가식덩어리지.

이거 두개를 어떻게 합친단말인가
가식적인 팩트폭력배.
최악이다.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영화에서 나오는 인물들은 다 가식적인팩폭기다.
남의 치부를 들추지못해 안달이면서 나쁜 사람이고싶지는 않은 딜레마.

으으 생각할수록 역겹다.
세경이 모든 사실을 할고 변기로 달려가 토하는 심정이 이해가 간다.

항상 남들앞에서도 최대한 나를 유지하려고 항상 노력해왔다.
꼭 좋은 모습뿐만이 아니어도 되니까
나이기 위해서 노력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그대로 보여주려고하고 남들에게 숨겨진 의도가 없다고 생각하고...
나쁜 의도를 느껴도 아닐거야, 아닐거야 억지로 생각하고.. 

그런데 사람의 본성이 가식팩폭배라면... 이런 노력이 무슨 소용이 있겠나.
사람의 본성은 월식과 같다는데. 

그럼 나도 그런 사람들과 똑같을 거다.

나도 상식과 도덕으로 열심히 본성을 가리고 있다는 말이 되나...

아유 참 인간으로 사는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