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쓰는 영화 후기~ 오늘은 미루고 미뤄뒀던,
(왜냐면 포스터가 그냥저냥 생겨서 정이 안간다)
[김씨 표류기] 감상 후기다.
(결말은 스포때문에 따로 아래에 다른색 글씨로 썼다. 밟지말고 피해가시길...)
여기는 한강 다리 위.
평범해보이는 한 남자, 김씨가 전화를 받고 있다. 갚아야할 빚이 2억이 넘었다는 대부업체 상담원의 전화다.
"그 얘길 들으니 용기가 나네요."
담담하게 전화를 끊은 김씨는 곧 한강으로 몸을 던진다.
[김씨 표류기]
개봉 : 2009년
러닝타임 : 116분
감독 : 이해준
주연 : 정재영, 려원
장르 : 코미디 드라마
무려 2009년에 만들어진 영화다.
하지만 두 주인공의 모습은 10년의 시간을 넘어선 지금의 청춘들과 더욱 닮아있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김씨는 뭍에서 정신을 차린다.
스스로에게 '제대로 죽지도 못하는 X신'이라며 한탄한 김씨는 멀리 보이는 63빌딩을 향해 다가간다.
그런데 어쩐지 강 건너편으로 갈 방법이 없다. 아무리 걷고 걸어도 사람이나 다리, 배가 보이지 않는 여기는 바로, 한강 밤섬!
투신 후 기절했던 김씨는 한강 한가운데에 있는 작은 섬으로 밀려온 것이었다.
물에 젖었음에도 대견하게 아직은 버텨주고있는 휴대폰으로 급하게 구조요청을 하는 김씨.
뼛속까지 예의바르고 소심한 사람인지라 구조요청도 기가막히다.
"바쁘신 와중에 이런 말씀을 드려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무인도에 갇혔는데요."
한강 무인도에 갇혔다는 어이없는 말에 119는 "....그럼 나오세요." 라며 장난전화로 치부한다.
1%남은 배터리가 깜빡대는 그 시점에 생각난건 전 여친!
그러나 역시 "오빠. 연락하지 말랬잖아."라며 거절당하고 만다.
그녀와의 통화로 우리는 김씨가 빚만 가득한 실업청년이라는걸 알 수 있다.
번드르한 면접용 양복을 입었지만, 구조조정 이후 다시 취직자리를 찾지못해 면접만 수십번 보러다닌다.
그 때문에 여자친구에게도 차이고, 빚은 늘어만 가고. 이제는 한강 무인도에 떨어져버린 웃지못할 신세.
이쯤되면 장르가 정말 코미디가 맞는지 의심스럽다.
좀더 적극적인 구조요청을 마음먹은 김씨에게 다행히 다시 기회가 왔다.
한강 유람선을 타고 사진을 찍으며 관광중인 (아마도)외국인!
그와 눈이 마주치자 김씨는 있는 힘껏 구조요청을 해본다.
"그래요!!! 여기예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친절하게 양손을 흔들어 화답해주는 관광객.
그래.. 누가 한강 한가운데에 조난당한 사람이 있을거라고 상상이나 하겠나ㅠ
모든방법이 수포로 돌아가자 김씨는 넥타이로 목숨을 끊으려고 한다.
울퉁불퉁한 돌을 밟고 올라선 김씨.
그러나 균형을 잃고 휘적휘적 거리는 둥, 삶의 마지막마저도 영 모양빠지는 모습이다.
마음을 다잡고 다시한번 도전하려는 찰나! 급격하게 밀려오는 급똥의 기운....
생각지도 못한 전개였다. 과연 나는 목숨을 끊으려는 기로에 섰을때 급똥신호가 오면 어쩔것인가.
ㅋㅋㅋ나였어도 화장실로 달려갔을것 같다.
결국 김씨는 잠시 죽기를 미뤄둔다.
"죽는 건 아무때나 할 수 있으니까요."
며칠 후, 김씨는 부서진 오리배를 낑낑대며 끌어다가 보금자리를 만든다. 그야말로 미운 오리새끼,
사회에서 버림받은 실패자의 모습이다.
그러나 김씨에게는 이 도시에서 처음 얻은 소중한 집이다. 오리배 페달밟듯 아둥바둥대며 7년간 주택청약적금을 열심히 부은 끝에 결국 오리배 집을 얻었다니 웃프다.
떠내려온 쓰레기들로 쓸모있는 물건을 만들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김씨.
한강물도 그냥 마시고, 처음보는 버섯도 따먹는다. 먹고 죽어도 별 상관없다고 생각하니 오히려 생존률이 높아진다.
그러다가 문득 눈뜬 미식 본능!
그동안 자괴감에 사로잡혀 죽느니만 못하게 살아왔는데, 생선구이 하나로 이토록 행복해지다니.
김씨는 자기도 모르게 점점 '잘 먹고 잘 살기'위해 노력하게 된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 오히려 외롭지 않게 된 김씨.
김씨의 보금자리인 밤섬의 맞은 편에
김씨만큼이나 답없는 인생을 사는 청춘이 한명 더 있다.
몇년째 집밖을 나오지 않은 여자, 김씨.
엄마아빠가 출근한 시간에 일어나서
통조림으로 허기를 때우고 싸이월드를 켠다.
10년전인지라, SNS중독이 아니라 싸이월드 중독으로 나온다.
남의 얼굴과 사진들을 도용해 인생을 멋지게 살아가고있는 척 인터넷 속 자신을 꾸민다. 그게 이 여자가 하루종일 하는 일의 전부.
가끔 벽을 보고 제자리걸음을 하며 만보기의 숫자를 채우지만, 그건 건강을 위해서가 아니다.
오늘 하루를 보람차게 살았다는 최소한의 위안을 받기 위해서다. (백수시절 헬스를 갔다오면 그렇게 스스로가 대견하고 뿌듯하더라)
이런 여자의 취미는 딱 하나, 달 사진 찍기.
달을 좋아하는 이유는, 사람이 없는 곳이라서다.
사람들 사이에 파묻혀 있을수록 더욱 외로워지는 김씨에게 달과 민방위훈련기간은 유일한 안식의 시간이다.
사이렌이 울리고 사람들이 모두 대피훈련을 하는동안은 바깥세상이 잠시 멈춘다. 일년에 두번, 봄. 가을 민방위 훈련시간.
여자가 헬멧을 쓴채 커튼을 젖히고 세상을 구경하는 시간이다.
이렇게 간만에 밖을 구경하던 여자는, 한강 밤섬에서 이상한 글자를 발견한다.
남자 김씨가 써놓은 구조요청의 HELP!
기절할 듯 놀란 그녀, 그러나 세상과 단절된 그녀에게 남자를 도와줄 방법은 없다.
유일하게 그녀가 해줄수 있는거라고는,
이렇게 손가락으로 오리배를 미는 흉내를 내거나, 방안에서 지켜보며 응원하는 것 뿐이다.
그러던 어느날, 여자 김씨는 중대한 결심을 하게 된다.
무인도에 사는 남자김씨에게 와인병으로 '일촌신청'을 하기로 한것. 몇년만에 처음으로 집밖에 나가, 밤섬을 향해 쪽지를 넣은 와인병을 힘껏 던지고 온다.
ㅋㅋㅋㅋㅋ 누군가가 자신의 못난 짓을 다 보고있었다는걸 깨달은 남자 김씨.
섬에 들어오고나서 처음으로 사람의 시선을 의식해 숨어본다. (그래봤자 누가 어디서 보고있는지조차도 알수없음)
이렇게 세상에서 소외되었던 두사람의 일상은 자신을 바라봐주고 기다려주는 누군가의 존재만으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과연 영화의 끝에 남자 김씨는 무인도를 빠져나올수 있을 것인가? 여자 김씨는 방 밖으로 걸어나올수 있을 것인가?
정답은!
워낙 영상미도 예쁘고, 몰입해서 본 영화라서..
줄거리를 이쯤에서 끝내고자 한다.
이 시대를 사는 청춘들이라면,
한때나마 흔히 '루저'라고 불리는 괴로운 시기를 겪었다면,
혹은 겪고있다면.
이 영화 [김씨 표류기]가 마음을 울리는 인생영화로 등극할 것이라 생각한다.
영상미, 연기, 연출, 음악 무엇하나 빠지지 않는 작품인데... 이 영화를 본 다수의 평가처럼ㅋㅋㅋ시대를 약간 앞서간 영화라서 흥행하지 못했던게 아닌가 싶다.
몇년전 '번아웃 증후군'이라는 말이 익숙해졌다.
세상속에서 지나치게 나를 불태우다 보니, 에너지를 전부 소진해 버리는 증상이다.
개인적으로 마음에 든 영화라 좀더 영업을 해보기위해 결말을 덧붙이자면♡
놀랍게도 한낮에 서울 한복판을 쌩얼로 뛰어가고 있는 저 여자는,
히키코모리였던 여자 김씨!
심지어 버스도 탄다.
집밖으로 한발짝만 나가도 숨이 거칠어지던 그녀가 머리는 산발하고 밖으로 뛰쳐나온 사연은???
뚜둥. 김씨를 만나러 왔다.
아니...이거 되게 울컥하는 장면인데... 김씨 비주얼이 되게... 지나치게 성스러워서 웃기다.
남자김씨는 밤섬에, 여자김씨는 자기 방에. 각자의 케렌시아에서 세상을 피하고만 있던 두사람인데 결국 서로를 바꾸고, 밝은 대낮에 버스안에서 처음으로 대면하게 된다.
사실 이 날, 남자 김씨는 태어나 처음으로 정붙이고 열정적으로 삶을 가꾸던 밤섬에서 강제로 쫓겨났다.
정말 요만큼의 행복도 나에게는 허락되지않는거냐며 오열하던 그는, 확실하게 삶을 마무리 짓기위해 63빌딩으로 가고있었다.
그러던 와중에 여자김씨의 등장!
영화는 여기서 끝나지만, 누가봐도 해피엔딩이다.
둘이 못만날까봐 정말 조마조마했는데,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기시작하는 순간 안심하고 나도 바로 잠들었다 ㅋㅋㅋㅋ
그리고 잠들기 직전에 이불속에서 꿈지럭꿈지럭 자리를 잡으면서 생각했다.
인생, 내일 어떻게 될지 모른다.
일단 내일까지만 살아보자.
내일은 모레까지 살아보고, 모레는 글피까지 살아보면.
언젠가 표류하지않고 정박해서 살 날도 있겠지.
그게 안되더라도 그냥 밀려오는 물살에 몸을 맡기고 나에게 집중하며 삶을 즐기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참고로 김씨표류기가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는 얘기가 있어서 한국/해외용 포스터를 갖고와봤다.
아...안돼.... 잘못된 마케팅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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