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간 엄청난 과로로 감기에 걸렸다. 매년 이맘때쯤 약하면 감기, 심하면 폐렴으로 고생했다.
그래서 이번에는 일찌감치 병원으로 직행!
많이 졸릴테니 중요한 일이 있으면 노란 알약 두개중에 하나를 빼란다.
백수한테 중요한일이 뭐겠어,
건강한게 제일 중요하지!
건강하기라도 해야한다.
노란알약을 두개 다 먹고 거의 20시간을 내리 잤다.
골골대는 몸뚱이에 쉴수있는 환경이라도 있으니 행운이다 싶다.
그러고 눈을 뜨니 오밤중! 조금 살만해서 유플러스 비디오 포털에 들어가봤다.
I feel pretty!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제작진이라는데 그 영화를 재밌게 봤었다.
한참 남의 이목이 신경쓰이는 사춘기 시절에 나온 영화라 그랬나, 참 공감하면서 봤다.
그래서 [아이필프리티]도 보기로 결정!
간만에 액션과 스릴러가 아닌 영화를 다운받아서 보기시작했다.
일단 코미디라는데 뭐가 웃긴지는 모르겠다.
안예쁘고 뚱뚱한 여자가 자기가 예뻐졌다고 생각하고 나대는게 웃기다는건가...
남주와의 로맨스가 진행되는 과정이 귀엽긴하다.
근데 코미디보다는 조금 애잔한 느낌이 든다.
자존감이 떨어질때 스스로의 모습이 투영돼서 그런가 ㅋㅋㅋㅋㅋ
여자나 남자나, 뚱뚱하거나 말랐거나, 예쁘거나 못생겼거나.
누구나 자기자신이 작고 초라해지는 순간이 있다.
가뜩이나 초라한데 마음이 더 겁을먹고 작아져서
원래 갖고있던 장점마저 100%활용을 못하게 되는 순간말이다.
그런 순간에 자존감은 정말 큰 버팀목이 된다.
아, 그래도 이정도면 괜찮아.
나쁠거 없어. 좋아, 지금 멋진데 왜.
스스로를 다독일수 있는 능력이 자존감이다.
요즘 '있는 그대로의 나 자신을 사랑하라'라는 말이 많다.
극단적인 의견으로는 화장도 하지말고,
머리도 기르지말고, 구두도 신지 말란다.
사실 나는 자신을 꾸미지 않는게 자신을 사랑하는 거라는 말에 크게 공감하지 않는다.
모든 '사랑'에는 노력이 필요하다.
애초에 누가 화장하래서 하는 사람도 아니고(원래 잘 안한다)
하고싶은 날은 화장한다.
반곱슬이라 단발하면 관리가 어려워서 긴머리를 한다.
붕붕 떠서 영 단정치가 않다.
누가 보면 이것조차 남의 이목을 신경쓰는 게 코르셋이라고 할지 모르겠지만 ㅋㅋㅋㅋ
난 신경이 쓰이는걸 어떡하란 얘기인지!
연인에게도 더 단정해 보이고싶고 새롭게 보이고 싶다.
남자친구도 항상 그렇다.
퇴근후에 만났는데 하루종일 힘들었다면서 매무새는 멀끔하다.
"일하는데 왜이렇게 예쁘게 하고 갔어?"
라고 말하면
"오늘 끝나고 너 만나러 올거니까 신경 썼지!"라고 대답한다.
그런 모습을 볼때 그 노력이 더 예쁘고
하다못해 향수 뿌리면 남자친구가 더 새로워 보인다.
성별을 떠나서 자신의 외모를 가꾸는것도 때와 상황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한다.
더불어 남의 외모나 착장을 자기 입맛대로 구속하지 않는 것도 예의라고 생각한다.
영화는 아마 '탈코르셋'이라는 느낌으로 홍보를 한것 같다.
실제로 여성에게 힘을 주는 영화라고 추천받아서 봤다.
위에 사진에도 보면 '영화보기전에 덧바른 파데가 부끄러워진다'라고 했는데
그건 이 영화의 본질을 완전 흐리는 후기라고 생각한다.
이 영화의 시작과 끝에 주인공 르네는 똑같이 헬스사이클을 타고있다.
자신을 가꾸기 위한 노력을 하고있다.
자신의 가치를 깨달았는가, 그렇지 않은가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혹여라도 이런 분위기에 휩쓸려 어린 친구들이
스스로를 가꾸는 것을 죄악시하게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내 생각에 사람은 누구나 자신을 가꿔야한다.
외면과 내면 둘다 해당한다.
스스로를 스포티하게 꾸미든 공주처럼 꾸미든 그건 자유다.
개인적으로 난 라이더자켓과 운동화, 백팩을 사랑하는데.
그것 또한 내가 스스로를 꾸미는 방법중에 하나다.
이런식으로 꾸미는건 되고, 짧은 치마와 하이힐을 신는건 코르셋이라고 한다면
그건 정말 편협한 페미니즘이다.
이영화에서 내가 제일 감명받은 부분은,
자기 외모에 대한 자신감에 따라 얼마나 매력적인 사람이 되느냐가 아니었다.
르네가 자기 외모수준에 따라 '분수'에 맞게 다르게 행동하는것이
남의 눈에 얼마나 우스꽝스럽게 보이느냐였다.
영화에서 르네는 똑같은 얼굴, 몸매를 하고서
세상 멋진 커리어 우먼이자 옴므파탈처럼 행동했다가,
세상 쭈구리 찌질이가 되기도 한다.
혼자 자신의 외모가 달라졌다고 믿으며 북치고 장구칠 뿐.
그러나 다른사람들이 보기에 르네는 그냥 처음부터 끝까지 르네다.
생각보다 남들은 당신의 외모에 관심이 없다.
진짜로.
내가 심각한 안면인식장애라서 그런게 아니라
사람을 오래 만나다보면 사람 자체를 느끼게 된다.
스스로에게 자신감 있는 모습, 또 스스로 수치스러워하는 모습.
모두 다 자신이다.
스스로를 부정하지 않고 인정하며 노력하는 르네의 마지막 표정이 기억에 남는다.
스스로가 못났다고 생각하는 온세상 여자남자들이여,
그래서 어쩌겠는가?
이미 못나게 태어난것을!
에이 그래도 나에게도 장점이있을거라고?
아니, 만약에 없어도 어쩌겠는가
다행히 오늘도 살아있고, 내일도 살아있을테니
오늘의 나보다 더 멋져질 기회가 남아있는 것에 감사하고 그냥 행복하게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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