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만에 정말 재미있는 책을 읽었다.
주변사람들이 왜 덕질을 하는지 알고싶다면?
나 스스로도 '내가 왜이렇게 열정적인 팬이 되었는지' 궁금하다면,
다들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표지는 노잼처럼 생겼지만 진짜 재밌다.
스스로에 대해서 통찰한다고 생각하고 읽으면 꿀잼.
팬.아.저 (팬이 아니어도 저장한다) 급의 소장가치를 지닌 책이다.
팬이 아닌 아저씨는 빠저 아님.
팬이 아닌 아저씨에게도 재미있는 책이다.
비록 나는 팬인 아줌마지만......
나는 미니언을 굉장히 좋아한다.
아이언맨1때부터 마블의 팬이었고, 스타트랙 시리즈도 좋아한다.
덤으로 중학생때부터 아이돌도 좋아한다. (안방수니)
그런데 내가 그것들의 팬으로써 돈과 시간을 쓰는 걸 보고있자면
도대체 내가 왜 이런짓을 하는 거지?
라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오해할수도 있지만 ㅋㅋㅋㅋ 절대 후회의 뉘앙스가 아니다.
도대체 이토록 게으른 나를 어떻게 열정적으로 만들지? 팬이란게 뭐길래....
그런느낌.
그래서 읽어봤다.
슈퍼팬덤!
(영업하는거 아니다. 아무도 추천해주지않았고, 그냥 내가 심심해서 찾아서 읽었다.)
덕질을 하는 사람은 요 한줄만 봐도 이 책이 팬질에 대해 정확히 서술하고 있다는 것을 알수 있다.
성공적인 팬덤 = 최소 필요 인원+정서반응+플랫폼
20년 잡덕 인생에, 나는 결국 플랫폼을 만들어주고 그 안에서 노는 팬들을 관리하는게 브랜드의 성패를 좌우한다는걸 깨달았다.
애플이나, 스타워즈같은 유서깊고 전세계적인 브랜드만을 이야기하는게 아니다.
요즘은 아이돌 팬덤도 아이돌과 별개로 정체성이 있다.
취향을 공유하는 일종의 커뮤니티인 셈이다.
요즘은 자기 아이돌을 거의 프로듀싱하듯이 소속사와 교류하는 팬덤들도 많던데... 그런 본격적 팬질에 이 책이 도움이 될듯하다.
세상에 태어난 이상 우리는 소비자, 혹은 판매자가 된다.
혹은 둘다 될수도 있다.
그렇다면 소비자인 나는 어떤 상품에 열광할까?
판매자인 나는 어떤 콘텐츠를 만들어야 할까?
'다르게 생각하라'는 캐치 프레이즈로 유명한 애플, 애플은 브랜드의 기술적인 우위보다 '어떤 멋진' 사람들이 애플을 쓰는지 인식시키려고 노력했다.
애플을 구매함으로써 이상적인 바운더리안에 들어가는것.
이것을 책에서는 '이상향으로서의 팬덤'이라고 칭한다.
이런 추측이 무조건 맞다는게 아니라 하나의 주장일 뿐이다.
책에서는 이런 이상향으로서의 팬덤 외에도 여러가지 기능과 모델을 제시한다.
'오덕후'라는 말이 보여주듯, 팬활동은 특이한 행동으로 비춰진다.
그러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보면, 현재 우리가 '인류학, 문화학'이라는 말로 배우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 당시의 '팬덤활동'이었다.
매우 본능적이고 당연한 활동이라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으로 팬을 옹호하고 있지는 않다.
기본적으로 '팬덤은 건전하다'는 전제하에 부작용에 대해서도 다룬다.
애가 아이돌 팬인데 돈도, 시간도 없으면서 올콘을 하려고 든다.
영드 셜록 팬인데 틈만나면 베이커가에 가서 노숙자마냥 앉아있으려고 든다.
싶으면 도대체 우리 애가 왜 그모양이 되었는지 되짚어보면서 책을 읽으면 된다.
본인이 바로 그 팬이다! 하면 팬질을 극구 반대하시는 부모님께 이 책을 보여드리세요(소근소근)
자본주의와 브랜드파워에 대해 몸소 배우는 중이라고 말씀드려여 어서(수근수근)
오랫동안 잡덕으로 여러가지 팬질을 해온 내가 최근에 피부로 느낀 신기한 점에대해서도 다루고 있다.
팬덤 특이점의 시대 ㅋㅋㅋㅋㅋㅋㅋ
진짜 요즘은 기획자와 구매자의 구분이 애매모호하다.
내 학창시절때도 2차 가공은 수도없이 있어왔다.
하지만 요즘은 정말 다르다. 문화의 프로슈머 ㅋㅋㅋㅋㅋ
브랜드가치를 소비자와 함께 창출하는 시대다.
쉽게 설명하자면 전국적으로 큰 파장을 몰고은 프로듀스 시즌2 을 들 수 있겠다.
그 프로그램이 왜 흥했는가?
그 답은 팬들만 안다.
PD도 모를걸 정말.....
물론 훌륭한 캐스팅과 제작, 편집이 뒷받침 되었다는게 전제조건이겠지만ㅋㅋㅋㅋ
프듀 2이 흥한 이유는 위에서 말한
최소 필요인원 + 정서반응 + 플랫폼이 갖춰졌기 때문이다.
프듀 1에 지인이 나와서 투표하려고 보기 시작하다가 프듀 3까지 쭉 보게됐는데...
프듀2때만큼 2차가공이나 팬활동이 활발하지가 않다.
누군가는 역시 '남자아이돌'에는 빠순이가 많이 붙는다 라고 얘기하겠지만,
실상은 다르다.
이상하게도 아이돌판에서 만큼은 여자 팬들이 팬활동에 적합한 커뮤니티를 만들고 운영하는 능력이 좀 더 낫다.
여자아이돌에게조차 여덕(여자덕후)가 많아야 오래간다는 소리가 있을정도다.
여자팬 사이에서는 취향을 공유하는 플랫폼이 보다 쉽게 만들어진다.
응답하라 시리즈에 나온것처럼 오래전 '오빠부대'때부터 오랫동안 이어져내려온 스킬이지 않을까.
우리 작은아빠가 임예진 책갈피를 만들어서 혼자 흐뭇해하고 있을때,
고모는 전영록 팬미팅을 진두지휘했다고 들었다ㅋㅋㅋㅋ
하여튼 마블이고, 애플이고, 아이돌이고, 해리포터고 간에
요즘은 팬들을 우습게 봐서는 콩알 한쪽도 제값받고 팔아먹이 힘든 세상이 됐다.
판매자와 구매자가 함께 협력해서 브랜드를 키우는 시대다.
위에서 보듯
소비자는 '제품'에 관심을 갖지만, 팬들은 그 제품이 갖는 '의미'에 관심을 둔다.
오덕후의 어원은 오 '타쿠'이다. '댁'을 뜻하는 '타쿠'에서 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말그대로 뭔가에 열중하느라 '댁에만 계신다'는 거다.
하지만 그 댁에만 계시는 오타쿠들에게도 커뮤니티가 있다.
건담조립, 도색, 판매를 위한 그들의 커뮤니티 규모는 정말 신세계다.
그러니 팬덤은 본질적으로는 '사교'를 위한거라고 해도 무방하지 않을까.
2017년판인 책인데 정말 트렌드를 잘 반영하고 있다.
위의 글은ㅋㅋㅋㅋ
"Take my money!!!!!!!"
에 관한 글이다.
정말 좋은 콘텐츠를 발견하면, 돈이 아깝지 않다는 뜻이다.
내 돈 받아! 어서!!!!
혹은
돈을 준다는데도 왜 살수가 없냐!!!
라는 뜻으로 짤방으로도 자주 만나게 되는 말인데, 고상하게 표현해줬다.
나는 당신에게 감동받았습니다. 당신을 돕고싶은데 왜 기회를 주지 않는거죠?
(=이 돈 받고 굿즈 더 풀어)
이 외에도 집단활동으로서의 팬 활동, 팬덤 내부의 서열화등...
재미있고 공감가는 스토리가 많다.
리뷰의 마지막은 아름다운 내용인게 좋으니까 ㅋㅋㅋㅋ
선행으로 연결되는 팬덤의 행위에 대해 살짝 적어보려고한다.
이 책에는 해리포터와 공정무역 초콜릿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세계로 수출되는 초콜릿들 상당수가 5세전후 아동들을 강제 노역시켜서 얻은 결과물이라고 한다.
아동납치까지 불사한다고 하니, 어제 먹은 초콜릿의 맛이 더이상 달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해리포터 팬들은 해리포터테마의 초콜릿 상품들을 공정무역제품으로 만들어줄것을 촉구했다.
해리포터 시리즈에도 개구리 초콜릿같은 아이템이 꽤 나온다.
그리고 테마파크에서는 그런 초콜릿 굿즈를 팔고있었다.
옳음을 지향하고 불의를 참지않는 해리포터의 판타지를 추종하면서 노예노역으로 만든 굿즈를 사고팔수는 없다.
"해리포터의 이름으로는 안돼!"
정의로운 캐릭터인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의 이름으로
인권문제에 관해서도 많은 일하고있다고 나온다 ㅋㅋㅋㅋㅋ
이렇게 공감대를 가지고 뭉치고, 그 규범을 실행하며 옳은방향으로 함께 나아가는 것.
그것이 팬덤의 이상향이 아닐까 싶다.
행동하는 팬덤에 관해 적힌 글귀를 마지막으로 오늘 리뷰를 마친다.
"당신은 평생 위대한 영웅들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왔어요. 이젠 당신이 영웅이 될 시간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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