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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들이

겨울 당일치기 데이트 [보령 천북 굴단지]

겨울은 다지나가는데 포스팅이 좀 늦었다.

굴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은 당일치기 여행, 보령 천북 굴단지 둘러보기!(라 쓰고 굴 먹방이라고 읽는다)

굴하면 보통 통영을 떠올리던데.. 충남도 통영못지않게 굴을 많이 먹는다.

중학교때 서울에 올라왔고, 지금은 경기도에서 직장을 다니고있지만 그래도 겨울이면 석화구이를 양껏 먹던 어린시절 기억이 선명하다. 

할머니댁 마당에 모닥불을 피워놓고 타닥타닥 튀는 굴 껍질을 피해가며 통통한 굴구이가 완성되길 기다렸었다. 

굴은 11~2월까지 제철이기에, 마음먹자마자 바로 출발!

주말이라 엄청 북적거렸는데(코로나가 터지기 무려 두달 전), 평일에 오면 더 한산하고 좋을 것 같다. 

주차장이 워낙 빽빽해서 자리 찾으러 돌아다니다보면 약간 굶주림.  

이 사진이 다가 아니다. 같은 색의 지붕아래 여러개의 가게가 있는데, 그게 한 '동'이고 나는 일단 10동까지는 봤다. 

즉 엄청나게 많은 굴집이 있다. 

굴메뉴는 대부분 굴구이, 굴찜, 굴라면, 굴칼국수, 굴영양밥 임.

그러니 맛집을 찾아가는것보다 불친절한 곳이나, 위생이 안좋다거나 하는 곳만 거르고가도 될 것 같다.  

내가 간 곳은 해당화인가... 백종원의 삼대천왕에 나왔던 곳이다.

먼길 왔는데 안전빵으로 방송에 나왔던 곳을 가자. 라는 마음으로 힘겹게 주차를 하고 가게에 들어갔다. 

자리가 모자라서 굴구이 대신 굴찜을 추천받음.(굴구이는 특정 라인 좌석에서만 가능하다) 

요렇게 기본 세팅을 해주시고, 탁자옆에는 빨간 고무 양동이가 있다.

굴껍데기는 거기에 착착 버리며 쌓으면 됨.

금방 굴찜이 나왔다. 

가리비인가... 조개도 몇개 얹어져있음. 

이때 너무 좋아서 울뻔함. 

굴을 엄청 좋아하는데 집에선 해먹기가 녹록치 않다. 

합리적인 가격에 이렇게 많고 싱싱하고 아름다운 굴이 가득이라니ㅜㅜㅜㅜㅜ

그리고 나는 다음부터 굴찜 먹을거임. 그동안 계속 구이만 먹어왔는데 찜도 맛이 대략 비슷한 것 같다. 

옷에 굴껍질 조각도 안튀고 괜찮았음. 

계속 까먹다보면 입이 짭짤하다. 그래서 굴밥을 같이 시키는게 좋음. 

엄마가 내키면 가끔 해주던 굴밥인데, 타지사람인 일행은 처음보는 음식이라고 함. 

솥밥에서 밥을 퍼서 다른 접시로 옮긴다. 너무 깨끗이 긁어내지 않도록 주의한다. 

왜냐면 주전자로 끓는 물을 부어주셔서 굴냄새 고소한 누룽지를 만들어 먹을 수 있기 때문임. 이것도 엄청 맛있다. 

엄마가 해준것보다 맛있음. 

 

굴을 쬐끔 남김. 왜냐면 여기까지 힘겹게 운전해서 온 김에 굴칼국수도 먹고싶었고, 굴찜이 남으면 싸주신다고 걱정말라고 해주셨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은 굴찜은 까만 비닐봉다리에 예쁘고 안전하게 싸주셨다. 

직원분들 모두 친절하셨지만, 우리의 양을 너무 과소평가하신 나머지 굴칼국수를 너무 조금 주심. 

ㅋㅋㅋㅋㅋ왜 사진이 없는고 하면 두젓가락에 칼국수가 없어졌기때문이다. 

우리는 생긴거에 비해 엄청난 대식가인데, 다 먹을수 있겠냐며 걱정하시더니, 굴칼국수를 쬐끔 주심.

면이 먹고싶었던건데!ㅠㅠ 라며 속상해했지만ㅋㅋㅋㅋ 그래도 나름 시원한 국물 클리어하고 나옴. 

바쁜와중에도 친절히 응대해주셔서 감사히 잘 먹었습니다!

 

집으로 배달도 시키고 싶어서 택배도 되는지 물어봤는데, 물량이 달려서있지 요즘은 택배까지는 못하신다고 하셨다. 

그런데 여기의 '요즘'은 무려 두달전임. 

택배는 하다가 안하다가 하는것 같으니, 꼭 여기서 택배를 시키고싶다면 '해당화'로 연락해서 직접 여쭤봐야 정확할것 같다.

그래서 그 가게 맞은편 어딘가를 어슬렁 거리다가 아무 가게나 들어가서 택배 되냐고 물어봤다. 

역시 친절히 응대해주심. 

찜용 굴이랑, 나중에 굴국 끓여먹을라고 조그만 생굴도 같이 택배주문했다. 

배송 온 굴도 싱싱하고 맛있었다. 올해 겨울에 또 주문해 먹을 생각이다.

맛있었으니 이번엔 찔끔찔끔말고 많이 시켜서 나눠먹어야지! 

근처에 주전부리를 파는 리어카도 많았는데, 굴을 하도 먹어서 더 먹을 배가 없었다. 

화장실만 들렀다가 근처 바다 산책을 갔다. 

아!!! 아무래도 천북 굴단지 규모에 비해 화장실이 군데군데 협소하게 있어서 기다리는 줄도 길고, 아주 깨끗하지는 않다. 혹시 화장실에 예민한 사람이라면 극성수기 주말에는 영 좋지않은 여행지.

내가 갔던 날은 모든 칸 쓰레기통에서 휴지가 넘쳐 가뜩이나 물이 흥건한 바닥을 지저분하게 적시고 있었다.

망설이다가 손에 휴지를 돌돌 두르고 휴지통을 꾹 누르니 푸슉 들어간다. 좀... 살짝씩이라도 눌러가면서 쓸 순 없나...? 휴지를 좀 덜쓰던가... 바닥에 뿌려진 휴지만해도 엄청나다. 아마도 다들 변기위에 시트처럼 썼던 모양... 일정한 길이로 잘려진 휴지들이 널부러져있다.  

자기 휴지아니라고 아주 옆칸에서도 돌도로로롤로로도로로로롤- 하고 영원히 두루마리 휴지를 뽑을 것 같은 소리들이 들려왔다.  

손을 깨끗이 씻고 테러당한 안구를 위해 반짝이는 바닷가로 산책!

뭔가 비린내나게 생긴 바다인데 비린내 안남. 

반짝반짝 해도 비치고 고즈넉하다. 음식점에는 사람들이 바글바글한데 또 바다는 한적함. 

좋고 평화로웠다. 앉아서 한참 물멍때리다 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근처에 숙박 잡아놓고 1박 2일 여유롭게 오면 참 좋겠다. 굴에 소주나 맥주, 막걸리도 한잔 걸치고. 노을지는 바다를 보면서 애인이나 가족이랑 노래나 랄랄라 부르면서 숙소가서 푹 자면 거기가 천국일듯. 

그러나 다시 주차장에 오면 또 혼잡혼잡 ㅋㅋㅋㅋㅋ

하지만 여기보다 더 혼잡한 곳이 있었으니...

[보령 천북 우유창고]다. 마치 코스요리처럼 굴 먹고 여기오는 사람들 많은 듯. 

젖소 건초주기 체험도 신청할 수 있고(미리 보령우유 홈페이지에 있는 전화번호로 문자문의를 해야한다) 유기농 유제품의 긍정적 인식 확대를 위해 노력하는 곳이라고 한다.

ㅋㅋㅋㅋㅋㅋㅋ힘겹게 주차를 하고 들어갔더니 사람이 너무 많고 자리가 1도 없어서 결국 테이크아웃조차 포기. 

그래도 포토존이라고 할 만한 곳이 많았다. 

한산한 날 아이들 데리고 와서 굴단지에서 굴먹고 여기서 아이스크림먹고 하면 최고의 나들이일듯. 

라떼와 아이스크림이 맛있다고 한다. 아메리카노는 아예 안판다고 들었다. 

아가젖소랑 토끼들이 울타리 안에 누워서 자고있다. 

귀엽고 평화롭다. 

그런데 가끔 내가 보고있는 동물들이 행복한 상태인지 아닌지 궁금해진다.

최대한 조용히 소근거리며 잠시 얘들을 지켜보다가 집으로 가는 발걸음을 재촉해서 보령을 떠났다. 

목장의 마지막 풍경. 

엄마소들은 우유를 짜러갔는지 어린 소들만 저기에서 놀고 있다. 

그래도 이 땅덩이 좁은 나라에서 저정도면 소답게 지내는건가, 아닌건가. 계속 궁금했다.

우유맛을 보지는 못하고 바로 차를 돌려 나왔지만, 꽤 특이한 곳이었다. 

운전도 꽤 오래해야했고 디저트는 다른곳에서 먹어야했지만, 아쉬움 없는 나들이였다. 

충남 보령, 데이트로도, 짧은 가족여행으로도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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