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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라랜드' 감상평, 솔직후기, 해석

 

와, 라라랜드. 맨날 봐야지봐야지 하면서도 안봤다.

라라랜드 안본 사람이 나말고 또 있을까.

기본적으로 로맨스를 별로 안좋아한다. 내가 주인공이 아닌 로맨스는 별로 안 궁금하다.

'저럴때가 있었지.' '저게 사랑이지.' 하는 감상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현재 내 애인에게 잘하기도 바쁘고, 지나간 로맨스를 굳이 떠올릴 이유도 없다고 생각해서다.

 

라라랜드하면 생각나는 파란색 포스터만 봐도 꿈과 희망과 로맨스가 넘쳐나지않는가.  남녀가 손을 맞잡고 달빛아래 춤을 추는 모습...

영 취향이 아니다. 차라리 서로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있는 남녀가 나한테는 더 매력적인 그림이다.

그런데 라라랜드를 왜 봤는가.

'남녀가 헤어지는 해피엔딩' 이라고 해서 봤다.

 

영화 오프닝을 보면서도 과연 이 영화가 '질척거리는 구질구질한 옛사랑에 대한 미련'을 얘기할까봐 겁났다.

나는 세상에서 건축학 개론이 제일 싫다... 끝이면 끝이지 만나서 또 아련하게 바라보고 질척대고.

그 결과는 백퍼센트 불륜이다. 운좋게 소심한 결과를 맞는다면 배우자한테 소홀해지는 가정불화겠지.

 

그런데 다행히 이 영화는 삶에 대한 영화였다. 한때 사랑으로 엮였던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삶이 어떻게 꾸려지고 있는지 보여준다.

그래서 영화 캡쳐로 어떤 사진을 쓸까 하다가 저 사진을 골랐다.

영화를 끝까지 보고나서 느끼는 감정은 저 사진과 비슷하다. 내가 들었던 음악, 만졌던 악기, 머물렀던 공간속에 지난 추억이 남아있고 가끔은 그 속에 묻혀본다. 그리고 곧 삶은 아무렇지 않게 나의 방식대로 이어진다.

 

아이콘의 <사랑을 했다>라는 노래가 라라랜드를 보고 만든거라고 얼핏 들은것 같다.

노래 가사대로 이 영화는 지나간 사랑에 대해 미화하지도, 격분하지도, 아쉬워하지도 않는다.

그냥 자신을 성숙하게 만들어준, 돌아갈수 없는 특별했던 시간으로 느껴진다. 

 

노을의 <만약에 말야> 노래같은 느낌.

'그때 우리가 헤어지지않았더라면, 지금 어땠었을까?'

결론적으로 둘다 꿈을 이뤄서 너무 좋았다.

 

 

나에게 큰 의미는 헤어지고도 뚜벅뚜벅 자신의 목표와 자리를 찾아갔다는 결말이었다.

라라랜드의 사랑이 아름다운 이유는, 사랑에 목숨을 걸어서가 아니라, 자기자신 스스로를 연인만큼 사랑하고 아꼈기 때문이다.

 

정말로 '만약에 말야' 그렇게 둘이 헤어지고나서, 혹은 헤어지지않기위해 자신의 꿈을 버렸다면 어땠을까.

남자주인공은 여자를 위해서 바를 여는 대신 하고싶지 않은 음악을 하면서 돈을 버는거다.

그리고 여자는 파리로 가면 남자와 헤어지게 될게 뻔하니, 자신의 실력을 과소평가하면서 파리행을 포기해버렸을 수도 있다.

 

영화에서는 너무 자연스럽게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갔지만, 실제로는 그런 일이 종종 있다.

안타깝게도 나는 그런 쪽 사람이다. 헤어지면 엉엉 울면서 오래오래 슬퍼하고.

나에게 중요한 일보다 연인에게 중요한 쪽으로 결정을 내리기도한다.

 

그래서 이 영화가 더 와닿았다. 비록 이번 생에서는 인연이 아니었지만 서로를 간절히 원하던 꿈으로 이끌어준 두 남녀.

멋지지 않은가. 내 배우자가 전 애인을 못잊고 아련한 눈빛을 하고있으면 복장터질 노릇이지만, 그래도 그 사람이 있었기에 내가 사랑하는 남자가 지금의 모습인거겠지. 라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을 이루는 한 부분으로 이해해 줄것도 같다.

 

라라랜드에서 특이했던점은 계속 계절을 명시해준다는거다.

단지 두 사람이 이만큼 긴시간을 보냈다고 알려주는 걸까?

라라랜드에는 두번의 겨울이 지나간다. 둘 다 주인공들에게 혹독한 시기다.

봄은 새로운 만남과 사랑이 싹트고, 여름은 가장 열정적이고 에너제틱한 일상을 겪는다.  

그렇게 계절이 지나가고, 또 겨울이오고, 또 봄이 온다. 사랑이 있든 없든, 그들의 시간은 그렇게 아름답게 계속 흘러간다.

헤어짐을 걱정하는 여주에게 라이언 고슬링이 "흘러가는 대로 두자"라고 말한다.

맞다. 시간은 잡을수 없으니 흘러가는 대로 두고, 우리가 할수있는 일은 그 흘러가는 시간을 마음껏 누리고 즐기는 것이다.

 

 알고 보긴 했지만... 오프닝부터 웬 노래를 해서... 끝까지 볼 수 있을까 겁났다. 사실 뮤지컬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타입으로 말하자면 나는 시트콤 <거침없이 하이킥>의 이민용 같은 느낌이다.

갬성으로 무장한 박해미 형수와 상극이다. 오글거리고 극적인 감성이 세상에서 제일 무섭다.

도대체 손과 발을 어디에 둬야할지 모르겠는 느낌이랄까.

 

혹시 나와 같은 이유로 아직 <라라랜드>를 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꽤 추천한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으니 아주 추천한다고 하지는 못하겠다.

그래도 태어나서 누군가 만나고 헤어지고(꼭 사랑이 아니더라도), 실패하고 성공한 경험이 있다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흥얼흥얼, 따라부르게 되는 메인테마곡도 좋다. 상영중에 본 사람들이 왜 그렇게 극찬했는지 알것같다. 빵빵한 스피커로 들으면 아마 더 가슴이 뛰었을것 같다.

언제나 정답은 아니지만,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보는 영화는 대부분 믿고 볼만 한 것 같다.

일단 라라랜드는 내 기준에 재미있었다.